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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위장 평화쇼? 한국당은 보수를 통째로 말아먹을 셈인가!
글쓴이 : 바람부는언덕 날짜 : 2018-05-02 (수)

지난 3월 22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름하여 '우리 준표가 달라졌어요' 프로젝트다. 독선적인 당 운영과 거친 언행으로 당안팎의 비판에 시달리던  홍준표 대표의 이미지를 부드럽고 친숙하게 바꿔보겠다는 취지였다.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를 구상해야 했던 김 원내대표의 고심은 기자회견 곳곳에 묻어난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한국당이 국민들에게 더욱 친숙하고 사랑받는 제1야당의 모습이 되도록, 특히 당 이미지 개선에 중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에 덧씌워져 있는 낡은 이미지를 덜어내고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설명이다.

김 원내대표는 '홍준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 홍 대표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지지자도 있고, 또 정제된 것을 좋아하는 지지자도 있는데, 하여튼 우리 대표에 대해 '거칠다'는 그런 인식을 털어내겠다"고 말했다. 강성 보수 우파 이미지를 쇄신시키겠다는 뜻이다.

그 즈음, 홍 대표는 당 중진들과 격한 설전을 주고받고 있던 참이었다. 자신을 향한 내부 비판에 "바퀴벌레", "연탄가스", "고름," "충치" 등의 막말로 응수하는가 하면, 중진의원들의 최고중진회의 요구에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콕' 찝어 맞대응 하기도 했다. 지방선거 사천 논란이 이어지자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은 "험지인 강북으로 차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홍 대표의 직설적 언행은 밖에서도 화제가 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의혹을 두고 "임종석이 기획했다는 얘기가 있던데"라며 '미투운동'을 음모론으로 치부하는가 하면, 검찰을 '사냥개', 경찰을 '미친개'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사람은 제명처리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당안팎에서 홍 대표가 입을 열 때마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쓴소리가 터져나온 것도 그 무렵이었다. 한때 한솥밥을 먹던 정두언 전 의원은 홍 대표의 천박한 막말이 "여당에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라고 꼬집었고,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계속 당 대표로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돌았다. '홍준표 프로젝트'가 기획된 것은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프로젝트'가 가동된 지 40여일. 홍 대표는 과연 달라졌을까. 아쉽게도,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홍 대표는 연일 거친 언사를 이어가고 있고, 국민의 눈높이와는 동떨어진 시대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만 하더라도 홍 대표는 전세계가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폄하하는 언행으로 당안팎의 빈축을 사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한국의 일부 좌파들이 지지하는 것이지 대부분의 국민이 지지하는 건 아니다"(4월 26일 '아사히TV' 인터뷰),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과 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 평화쇼에 불과했다"(4월 27일), "남북 공동선언은 이전의 남북 선언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조차 명기하지 못한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미국은 이런 류의 위장평화 회담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4월 28일), "우리민족끼리는 문제가 없는데 미국이 문제라는 시각이 북측과 주사파들이 남북관계를 보는 눈이다"(4월 29일), "작금의 한국 안보 상황은 누란의 위기다. 제비 한마리 왔다고 온통 봄이 온듯이 환호하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다"(5월 1일, 이상 페이스북).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홍 대표가 지난 일주일 사이에 쏟아낸 말들이다. 말의 성찬을 이어가고 있는 건, 내 보기에 홍 대표 같다. 그는 '위장평화', '주사파', '누란의 위기' 등의 선정적 수사를 동원해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 합의가 담겨있는 판문점 선언의 성과 역시 폄하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두 정상의 역사적 만남에 가슴 뭉클한 감동과 환희를 만끽하고 있는 국민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남북 정상이 함께 만들어가는 '한반도의 봄'을 전세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정상의 동행에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개국은 물론 대부분의 외신들이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외신들은 극한 긴장감이 감돌던 한반도의 외교·안보 상황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바꿔놓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력과 외교술에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비판 일색이었던 김정은 국방위원장에 대한 평가 역시 사뭇 달라졌다.

그런데 이 극적인 변화가 홍 대표에게는 좀처럼 체감이 안 되는 모양이다. 그는 여전히 냉전적 사고와 인식으로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언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각계각층의 평가에도 홍 대표가 강성 발언을 이어가자 정작 애가 타는 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여파로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홍 대표가 민심과 유리된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후보들은 "한국당 지도부는 정신 차리고 국민의 언어로 말하라"(유정복 인천시장),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교류 협력을 위해 다양하고 진일보한 합의가 이뤄진 것을 의미있게 평가한다. 문재인 대통령님, 수고하셨다"(남경필 경기지사), "무조건 비판만 하지 말고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위한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김태호 경남도지사 후보)며 홍 대표에 각을 세웠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서도 당 대표가 자기 정치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 오마이뉴스


홍 대표의 시대착오적 인식은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관련된 여론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지난달 30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77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9%p, 응답율 7.25%)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4.1%가 '남북정상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가 없었다는 응답은 5.9%에 불과했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29~30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2%)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긍정 평가는 88.7%로, 8%에 그친 부정평가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홍 대표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아사히TV'와의 인터뷰 내용과 달리 여론조사 결과 다수 국민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 '위장 평화쇼'에 불과하다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은 긍정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북미정상회담도 미국이 오히려 팔을 걷어붙이는 모양새다. 절대다수 국민의 생각 역시 홍 대표와 다르다는 것이 여론조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그럼에도 홍 대표는 역시나 달라지지 않는다.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의 분수령이 될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연일 평가절하시키며,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 속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분연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마도 그는 이렇게 함으로써 강경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어디 생각대로 흘러가던가. 국면은 홍 대표의 의중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홍 대표가 입을 열 때마다 당내에는 깊고 짙은 한숨이 쌓여간다. 당 대표의 거친 언행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생기는가 하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전분열(敵前分裂)의 조짐마저 감지된다. 한국당과 홍 대표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 역시 서늘하기 그지없다.

한국당의 지방선거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방선거를 위해서는 남북의 위장 평화쇼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당장 한국당부터 '위장 쇼'를 해야 할 판이다.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문제다. '누란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건 대한민국이 아니라 다름 아닌 한국당과 홍 대표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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