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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촛불민심 우롱하는 한국당 친박공천
글쓴이 : 바람부는언덕 날짜 : 2018-04-10 (화)

 

ⓒ 오마이뉴스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에서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6일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나이(66세)를 감안하면 사실상 종신형에 가깝다는 평가입니다.

재판부는 이날 박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공소사실 18가지 가운데 16가지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그만큼 박 전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가 광범위하고 엄중하다는 의미입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중형이 선고된 이유는 판결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민에 의해서 선출된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오직 국민 전체의 자유와 행복, 복리 증진을 위해서 행사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피고인은 오랜 사적 친분을 유지해 온 최서원(최순실)과 공모해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결정으로 인한 대통령 파면이라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된 주된 책임은 결국 헌법상 부여된 책임을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지위와 권한을 피고인과 이를 악용하여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서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그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와 같은 사정에다가 다시는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서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그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피고인에게는 그 범죄 사실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의 판결문은 요컨대, 박 전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인(私人)인 최순실과 공유하며 국정을 농단했고, 그 과정에서 헌법가치와 국가기강을 문란하게 했으며 무엇보다 주권자인 국민을 배신한 죄질이 아주 무겁다는 지적입니다.

최순실씨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된 데 이어 박 전 대통령에게도 24년의 중형이 선고된 것은 헌법이 명시한 원칙과 가치를 송두리째 뒤흔든 국정농단 사태의 위법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입니다. 재판부가 중형 선고의 불가피함을 강조하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명시한 배경일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와 관련 눈길을 끄는 것은 자유한국당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파트너로서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하고 대통령 탄핵을 유발시킨 책임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과거에 한국당 스스로가 인정한 바 있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모두가 역사와 국민 앞에 죄인임을 절감했습니다. 이 모든 사태는 모두 대통령의 책임입니다. 그리고 새누리당의 책임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이렇게까지 망가질 동안 새누리당은 뭐 했나 탄식이 나옵니다. 이 상황을 미리 막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국민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 작금의 사태에 대해 저희 새누리당 129명 국회의원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아니 국민들께서 용서하실 때까지 계속 사죄하고 기다리겠습니다." (2016년 11월 4일, '최순실 비리 의혹' 대국민 사과문)

"자유한국당은 헌법재판소의 고뇌와 숙의를 존중하고 인용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하겠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집권여당이자 국정의 동반자였습니다. 하지만 집권당의 책무를 다하지 못함으로써 지금까지 국민들이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국격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탄핵 인용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책임을 통감합니다. 집권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017년 3월 10일, 인명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한국당은 국민 앞에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이는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사태의 책임을 그들 스스로가 자각하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징역 24년의 중형을 선고받는 동안, 역사와 국민 앞에 죄인이라던 한국당이 과연 그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한국당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금까지 한국당의 행태는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당명이 바뀐 것을 제외하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입니다. 당을 환골탈태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것이 지켜졌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는 인명진 위원장이 당 쇄신을 이끌었던 비대위 시절이나 홍준표 대표가 전면에 나선 이후나 마찬가지입니다.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제외하면 인적 청산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이며, 혁신 작업 역시 '눈 가리고 아웅'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입니다.

 

 

 

 

ⓒ 오마이뉴스

 



사실 처음부터 이상했습니다. 국회가 탄핵을 의결한 직후 일부 친박 의원들은 보수단체가 주도하는 태극기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며 공공연하게 탄핵 반대를 외쳐댔습니다. 특검수사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가 하면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탄핵을 인정하지 않은 듯한 행동을 취했습니다. 

한국당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홍 대표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대선 당시 그는 헌재의 탄핵 인용에 대해 "정치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탄핵을 할 수 있지만 사법적으로 하는 것은 앞으로 잘못된 전례를 남긴 것"이라며 "판결문을 봐도 거기 유죄가 확정된 건 하나도 없다. 도대체 헌재가 어떻게 저런 판결을 내리느냐"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제1야당의 대표가 헌재의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입니다.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바른정당 탄핵파 12명이 '백기투항' 한 것은 또 어떻습니까. 바른정당을 창당하며 내걸었던 보수 재건의 명분이 허울에 불과했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입증한 셈입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성이자 텃밭인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에 앞서는 지역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의 지지율 차이 역시 그리 크지 않은 수준입니다.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의 여파로 전통적 보수기반이 와해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닙니다.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와 같은 위험 신호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좀처럼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촛불'에 투영돼 있는 국민적 열망은 외면한 채 낡고 고루한 통념에 사로잡혀 시대적 요구를 성찰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당의 인식이 얼마나 시대흐름과 동떨어져 있는지는 무엇보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면면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한국당은 광역단체장 후보의 상당수를 '친박'으로 채웠습니다.

서울시장 후보가 유력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충남지사 후보로 낙점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섰던 한국당 내 대표적인 '반탄핵파' 인사들입니다. 적폐청산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은 반개혁적 이미지가 강한 친박 인사를 내세운 것입니다.

한국당의 친박 내리꽂기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경남지사 후보로 확정된 김태호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의 눈 밖에 났던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몰아내는 데 앞장서며 '신박'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인물입니다. 재선에 도전하는 서병수 부산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역시 오래 전부터 친박으로 분류돼 온 대표적 인사들입니다.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로 국민적 비판이 솟구치자 한국당은 친박 청산을 포함한 대대적인 당 혁신 작업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보수 재건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공언한 것입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났음에도 한국당은 당시와 비교해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와 시대흐름에 맞게 당의 노선과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함에도 여전히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색깔론과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구태 정치를 고수하는가 하면 사사건건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방선거의 주요 승부처에 친박 인사를 전략공천한 것이야말로 한국당이 직면해 있는 문제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수의 철학과 가치의 실종, 반성과 성찰 없는 무책임한 태도, 변화와 혁신을 찾아보기 힘든 수직적·폐쇄적 당 시스템과 인적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한국당은 그대로입니다.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한국당이 바뀌지 않으면 국민 역시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모양입니다.

 

 

관련글 ▶▶ 한국당·바미당 선거연대? 그들의 입을 주목하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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